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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바 사건과 '남자의 폭력'

 

《세카이》 8월호에 실린 키타하라 미노리의 글을 찾아 읽었다. 보는 김에 앞에 실린 '아키하바라 사건 무엇을 묻고 있는가?'라는 긴급 좌담회도 읽어보았는데, '젊은이의 삶과 일을 둘러싸고'라는 부제처럼 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둘러싼 사회문제로서 이 사건을 읽어내고 있다. 6월 14일자 아사히 신문에 파견 노동자의 입장이 약한 것도 배경의 한 가지이기는 하지만 격차사회만으로 이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며 -여기까지는 동의- '너무 일반화하면 사적이고 특이한 요소가 흐려진다'고 적혀 있었던 것을 거론하기에, 사실 나도 격차사회라는 문제가 지나치게 부각되는 데 의문을 느끼지 않았던 것은 아니라 어떤 반응이 나오나 궁금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개인의 자질이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회적인 문제로 생각해야만 한다고 쓴 나 같은 사람들에 대한 반론이라 여겨진다. 내가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비인간적인 파견노동 실태가 존재한다고 지적한 것은 이러한 논의에 대한 반론이었는데 다시 되돌아오고 있는 거다" 정도.

앞 좌담회와는 달리 키타하라 미노리의 '남자의 폭력'은 소문대로 흥미로운 글이었다. 시작은 며칠 전에 그녀가 한밤중에 한 남자가 소리소리 치는 것을 듣고 깨어났던 에피소드부터이다. 남자는 가드레일을 발로 뻥뻥 차면서 '바보 취급 하지 말라고!'란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그녀는 올 1월에 시나가와에서에서 열여섯 살 남학생이 나이프를 휘둘렀던 사건이나 6월에 치바에서 한 남자가 자동차로 등교중인 초등학생을 들이받은 사건을 떠올리며 불안을 느낀다. 두 사건의 범인들은 각각 '모욕하지 마' '바보 취급을 당했다'고 말하고 있었다고 한다. "'바보 취급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남자의 분노가 폭력을 향하는 사건이 드물지 않아졌다"며 그녀는 글을 시작하고 있다.

유사한 사건들을 돌아보면서 그녀는 범행을 저지른 남자의 '패배감'이 결코 뜬금없는 자기연민 따위가 아니고 이러한 사건이 '격차사회'가 일으킨 것이라는 사실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텔레비전에 등장한 워킹 푸어 전문가가 용의자에게 '씨'를 붙여서 이야기하고 있던 것을 믿을 수 없어 하고, '일본 사회는 붕괴한다! 격차를 정정하라!'고 외치는 코멘테이터에게도 할말을 잊는다. 그녀가 갖는 의문은 이런 것이다. "물론 격차사회는 크나큰 문제이다. 하지만 어째서 아무도 크게 문제삼지 않는 것인가? '왜 격차사회가 폭력을 향하는가'라는 것을. 거기서 나는 멈춰선다. '바보 취급을 받았다'는 남자가 느끼는 분함이 폭력으로 발산되는 '도정'의 이해불가능함에 왜 좀 더 비명을 지르지 않는 것인가?" "왜 남자는 분노를 폭력으로 발산하는가? 왜 남자는 분하기 때문에 대량살인을 행하는가? 왜 남자는 '바보 취급을 받은' 것을 계기로 사람을 죽이는가?"

이런 의문들을 제기하고 나서 -나는 왜 격차사회가 폭력을 향하는가를 아무도 문제삼지 않는가라는 그녀의 질문에 무릎을 딱 치고 싶을 정도였다- 곧 이런 말을 하면 무차별 살인자가 남자만 있는 건 아니라는 반론이 금방이라도 제기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여자가 일으킨 범죄의 예를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여자가 일으키는 사건을 '여자이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으로 간주한다며 몇 가지 사건들을 예로 든 뒤, 반면 남자 범죄자가 일으키는 사건의 경우 '남자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일본 사회'가 일으키는 '인간'의 범죄라는 식으로 이야기되는 데 의문을 느낀다. 가령 DV를 행하는 남편을 살해한 여자를 보며 같은 여자가 똑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어쩌면 나도 그럴지 모른다는 식으로 생각하기도 하는 데 반해, 남자들은 지금까지 거의 그렇지 않았다. 이번에 '어쩌면 나도'라 생각하는 젊은이들과 '사회책임'을 묻는 매스컴의 자세를 보면서 그녀는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남자의 범죄'였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자의 범죄를 사회문제를 묻는 시점에서만이 아니라 '남자이기 때문에 생기는 병'으로서, 지금까지 여성 범죄자에게 그래왔던 것과 똑같이 다룰 때 알게 되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사회에서 버려졌다고 느끼는 남자가 일으킨 행동을 굳이 '남자의 병'으로 파악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여자'가 맛보던 '분함'을 젊은 남자들이 맛보고 있다. 학력이 있건 없건, 여자가 기업에서 계속 중요시되는 것은 남자에 비해 훨씬 어렵다. 임금차별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회사는 아직도 있고, 성인여성의 60%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 반 이상이 파견 노동자이다. 일을 해도 전문직이 되지는 못하고 쓰다가 버려지는 데 여자는 길들여져 왔다. 아니, 그렇기는 커녕 여자는 편해서 좋겠다, 꿈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좋겠다는 등 '부러움을 사는' 부록도 따라온다. 그렇다, 때로는 '낳는 기계'니 '아이를 낳지 않는 여자에게 연금은 필요 없다'느니 하는 말을 정치가에게서 듣고, 국가적으로 '바보' 취급을 받는 게 여자이다.
이 세상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눈다면 못 가진 자의 많은 부분은 압도적으로 여자가 점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젊은 남자'가 가세했다. 여자가 얼마나 지금까지 얌전하게 분함을 곱씹으며 '바보 취급을 받고 있는데도' 폭력을 휘두르지 않고 유순하게 살아왔는지. 남자라면 '작업복이 없다!'며 뚜껑이 열리고 '바보 취급 하지 말라'면서 사람을 죽이는 인물이 등장하며 '사회문제'가 될 법한 심각한 격차를 여자는 계속해서 살아왔다."

실제로 아키하바라의 가해자는 '여자로 태어났으면 좋았다'고 쓰고 있다는데, 그녀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사회적 기대는 다르며 따라서 그가 자신이 '여자 측'에 있다는 데 자각적이었다고 해석한다. 나는 그녀가 제기하는 남자의 폭력론에 백 퍼센트 동의하기에는 조금 유보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여자라서 파견'은 무시되어온 문제이지만 '남자인데 파견'이기 때문에 커다란 문제가 된다고 할 때에는 사실 찬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과도한 기대를 받아왔다는 가해자는 고등학교 시절에 일상적으로 어머니를 구타했다는데, 아버지나 동생 같은 전원이 남자인 다른 가족들이 이 폭력을 말리지 않았던가를 그녀는 마음에 걸려 한다. "폭력은 왜 온존되었는가?" 거기에 그녀는 DV 가정들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거론하며 사실 남자의 권위가 지켜지는 곳에서보다 오히려 남자보다 힘이 있는 여자의 존재가 남자의 폭력을 불러일으킨다고 쓰고 있다. 대개의 경우 DV 부부의 싸움은 '바보 취급 하냐'는 남편의 한마디로 시작한다는 게 그녀가 읽은 레포트에서는 전원일치하는 점이었다고 한다.

짧은 매수이기도 하고 결론을 낼 수 있는 문제도 아니겠기에 그녀의 결론은 간단했다. 오히려 이것은 폭력이 온존된 사회에서 어떻게 '남자의 폭력'을 근절시켜 갈 것인지를 생각할 찬스이기도 하다고. 폭력은 격차사회와 같은 무게로 다루어야만 하는 문제라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를 권유하는 그녀의 결론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격차사회가 폭력으로 이어지는가라는 문제에 '남자의' 폭력이라는 문제를 반드시 중요하게 집어넣지 않더라도, 대부분 격차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며 사회책임을 운운하기만 하는 다른 논의들에 대해서 느껴야 했던 온갖 갑갑함과 오히려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 다소 풀리는 것을 느꼈다. 사실 일전에 읽었던 "마루야마 마사오의 뺨을 치고 싶다"는 많은 화제를 부른 글도, 바로 격차사회 속에서 '전쟁'이라는 폭력마저도 기꺼이 긍정하겠다는 '남자의 폭력'이 아니었던가 하는 이야기를, 그러고 보니 그날 듣기도 했었다. 해서 대략 정리를 해보았다. (여기서 여자와 남자의 차이가 생물학적이고 근본적인 것으로서 전제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사실 누구나 알 것이다.)  

by loki | 2008/08/03 22:57 | 튜즈데이 클럽 주변 | 트랙백(1) | 덧글(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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