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 가까운 온천이라면 가장 유명한 것이 아리마 온천일 테고, 가깝게는 북부의 구라마 온천, 멀게는 기노사키, 아마노하시다테, 유히가오라, 아코, 쯤이 있겠지만 차로 두세 시간 내외가 걸리면서도 가보지 않았던 곳을 찾다 급부상한 오고토 온천. 우키미도나 히코네성 같이 시가현의 그럭저럭 유명하다는 곳도 이미 둘러봤기 때문에 온천에 껴서 어디를 갈 수 있을지 조금 고민이 되기는 했는데, 일단 매화가 반쯤 피기 시작한 이시야마데라와 함께 관서 지방의 맛있는 라면으로 소문난 <앗파레야 오레노 라멘>에 들르기로 했다. 블로그는 여기(http://ameblo.jp/appare1/). 평일이기도 해서 개점 시간 조금 전에 도착하게끔 맞춰서 갔지만 접근성도 딱히 좋지 않은 가게 문앞은 이미 상당한 행렬을 이루고 있어서 놀랐다. 삼사십 분쯤 기다리는 바람에 20식 한정인 츠케멘은 못 먹고 일단 간장라면, 소금라면, 앗파레 밥을 시켜보았는데... 일단 직접 제면한 면이 다소 특이한데 쫄깃해서 씹는 맛이 좋았고, 스프가 라면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 내 취향에 아주 잘 맞는 정도는 아니었어도 스파이시하고 또 독특했고,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돼지고기도 색달랐지만... 무엇보다 특제 멘마에 감동했다. 크기도 크기지만 다시가 아주 잘 베어 있어서. 몇 년째 타베로그 우수 맛집이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 끄덕끄덕. (교토 여행하면서 시간이 남고 라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추천. 가 볼 만 하다.)

그리고 우리가 예약한 오고토 온천 유모토칸으로. 여기 온천물이 다른 곳보다 특별히 좋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데, 그래도 총합 네 군데의 온천을 돌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 시가라키 자기의 산지가 가깝다 보니 룸 중에는 시가라키 자기로 된 욕조가 달려 있는 곳도 있었지만, 우리는 뱅 앤 울룹슨 오디오와 디자인에 넘어가 일인당 천 엔이 더 비싼 힐링 룸을 골랐는데 후회는 하지 않는다. 네 군데 다니느라 조금 지쳤기에. 그 중에 특이한 컨셉의 실내 욕장이 있었는데, 전해질 탕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말 그대로 탕 안에 미세한 전기가 흐르고 있는데 처음에는 발만 집어넣었다 깜짝 놀라고, 두 번째에는 슬그머니 앉아보려다 엉덩이가 감전되는 느낌이 들어서 그대로 후퇴. 오층의 노천온천도 좋았지만, 별관 옥상에 있는 전망 노천이 비와호를 내려다볼 수도 있고 좋았다. 마침 저녁식사 직전의 시간이라 인적이 드물어서 한 십오 분쯤 혼자 옥상 노천에 앉아 있는데, 3월이라고는 해도 해가 지면 아직도 제법 겨울 바람답게 센 바람이 수증기를 휙휙 날려 보내고, 호숫가의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끼면서 어느 나라에서 어느 나라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머리 위를 이동하는 비행기와 아직 어스름한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샛별을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 지나가는 것들, 머무르는 것들,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서 잠깐이나마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 순간... 물론 늘 답은 찾지 못하지만.

그리고 요리. 일단 방에도 시가현 주위의 전통적인 반찬 네 가지가 담긴 찬합이 있어서 일본술 안주로 제격이었다. 식사는 정해진 곳에서 하기는 하는데, 식당 자체가 다 별실로 이루어져 있어서 서빙하는 측과 식사하는 측이 다 편리한 구조. 좌석이 호리코타츠인 걸 모르고 무작정 앉다가 미끄러져 떨어질 뻔 하여 다리에 부상을 입은 것을 제외하고는 만족스러웠다. 식전주로는 유자술 나오고, 전채가 꼴뚜기 간장 절임, 게살 묵, 새우 죽순 무침. 이 식사 코스가 도미, 게, 오미 쇠고기라는 삼대 재료를 주제로 한 것이었는데, 그래서 회에 이어서 오미 쇠고기 스테이크, 게살 요리, 도미 냄비 이런 것들이 나왔다. 쇠고기는 양이 제법 됐지만 난 한두 조각 먹고 말았고 게와 도미 요리는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었던 데다 양이 적다는 느낌. 해서 불만을 가지려는 찰나, 제목부터가 이 집에서 자랑하는 요리라 붙은 돼지고기 조림(가쿠니)과 으깬 감자가...!

얘가 꽤 감동적으로 맛있었다. 으깬 감자에 적당히 양념이 스며들어 어렸을 때 처음으로 병에 든 이유식 떠먹던 것 같은 그런 보드랍고도 설명하기 어려운 맛이 났달까(동행은 이유식 맛이라는 데에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 그 외에 가리비와 감자를 식초로 조리한 것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해서 배가 부를 때쯤, 료칸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밥과 국이 나왔다. 여기는 아카다시가 아니라 투명한 스이모노, 시원하고 좋았는데 무엇보다 짜게 느껴지지 않는 깔끔한 채소절임이 마음에 들었다. 디저트인 서양배와 레몬 젤리도 깔끔해서 입가심으로 괜찮았고. 사실 양이나 질, 재료 면에서 예전에 갔던 아코의 요리 료칸에 비해 아쉽기는 하지만, 한두 가지가 특징적으로 맛있었던 덕분에 대체로는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다음 날 아침식사도 그냥저냥 마치고 비와호 주변 드라이브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갈 곳이 많지 않은 시가현이었다. 호숫가 레저는 생각보다 가격이 비싼 데다 내가 그렇게 아웃도어한 사람이 아니라서 썩 내키지 않았고, 호수 전망 카페를 찾아 한 시간씩 차를 모는 것도 조금 망설여져서 일단 오쓰 시내의 번화가인 제제로. 여기에는 아직도 세이부 백화점과 파르코가 나란히 서 있는데, 서점에서 시가현 관광책자와 맛집 책자를 대충 훑어봐도 딱히 눈에 띄는 곳이 없는 데다 감기도 심해져서 다 포기하고 동네 및 호숫가를 산책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게 꽤 좋은 선택이어서, 교토나 오사카 혹은 우리가 아는 베드타운 주택가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넓고 느긋한 시내 분위기도 만끽하고(나에게는 이제 딱히 갈 이유가 없어진 도쿄의 도요스 라라포트 주변을 연상시키는 곳이었다), 나름의 백사장도 거닐면서 널따란 호수와 건너편의 아직도 눈덮인 산꼭대기를 구경하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즐거웠다. 그러다 발견한 독일 레스토랑. 아, 여기 가이드북에 나와 있었어! 이런 외침과 함께 바로 들어갔지만, 휴일인 이 곳의 대기시간은 약 한 시간. 그래도 굳이 먹으러 다시 올 것 같지 않아서 공원 산책을 하며 기다리다 입장했는데, 여기도 성공이었다... 운전을 해야 하는 동행은 돼지고기를 요리한 메인 런치를 먹고, 맥주를 마실 나는 소시지 플레이트로. 독일에서 맥주 맛을 본 뒤로 일본에서도 독일식 요리집을 보면 곧잘 기웃거리는데, 긴자의 오래된 가게와 여기 정도가 지금까지는 가장 괜찮았다. 이 동네 살 만 하겠다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할 즈음, 교토로. 내가 사는 산조와 오쓰는 생각보다 가까워서 차로는 약 삼십 분쯤 걸린다. 이제 학교에 나갈 필요도 없이 가끔 교토에서 지도교수만 만나면 되니 집값도 아마 여기보다 월등히 저렴한 제제로 이사할까를 약 오 분 가량 진지하게 검토했지만, 온천 요양 핑계로 여기저기 다니다 오히려 더 심해진 감기로 괴로워 하며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예약한 오고토 온천 유모토칸으로. 여기 온천물이 다른 곳보다 특별히 좋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데, 그래도 총합 네 군데의 온천을 돌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 시가라키 자기의 산지가 가깝다 보니 룸 중에는 시가라키 자기로 된 욕조가 달려 있는 곳도 있었지만, 우리는 뱅 앤 울룹슨 오디오와 디자인에 넘어가 일인당 천 엔이 더 비싼 힐링 룸을 골랐는데 후회는 하지 않는다. 네 군데 다니느라 조금 지쳤기에. 그 중에 특이한 컨셉의 실내 욕장이 있었는데, 전해질 탕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말 그대로 탕 안에 미세한 전기가 흐르고 있는데 처음에는 발만 집어넣었다 깜짝 놀라고, 두 번째에는 슬그머니 앉아보려다 엉덩이가 감전되는 느낌이 들어서 그대로 후퇴. 오층의 노천온천도 좋았지만, 별관 옥상에 있는 전망 노천이 비와호를 내려다볼 수도 있고 좋았다. 마침 저녁식사 직전의 시간이라 인적이 드물어서 한 십오 분쯤 혼자 옥상 노천에 앉아 있는데, 3월이라고는 해도 해가 지면 아직도 제법 겨울 바람답게 센 바람이 수증기를 휙휙 날려 보내고, 호숫가의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끼면서 어느 나라에서 어느 나라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머리 위를 이동하는 비행기와 아직 어스름한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샛별을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 지나가는 것들, 머무르는 것들,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서 잠깐이나마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 순간... 물론 늘 답은 찾지 못하지만.

그리고 요리. 일단 방에도 시가현 주위의 전통적인 반찬 네 가지가 담긴 찬합이 있어서 일본술 안주로 제격이었다. 식사는 정해진 곳에서 하기는 하는데, 식당 자체가 다 별실로 이루어져 있어서 서빙하는 측과 식사하는 측이 다 편리한 구조. 좌석이 호리코타츠인 걸 모르고 무작정 앉다가 미끄러져 떨어질 뻔 하여 다리에 부상을 입은 것을 제외하고는 만족스러웠다. 식전주로는 유자술 나오고, 전채가 꼴뚜기 간장 절임, 게살 묵, 새우 죽순 무침. 이 식사 코스가 도미, 게, 오미 쇠고기라는 삼대 재료를 주제로 한 것이었는데, 그래서 회에 이어서 오미 쇠고기 스테이크, 게살 요리, 도미 냄비 이런 것들이 나왔다. 쇠고기는 양이 제법 됐지만 난 한두 조각 먹고 말았고 게와 도미 요리는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었던 데다 양이 적다는 느낌. 해서 불만을 가지려는 찰나, 제목부터가 이 집에서 자랑하는 요리라 붙은 돼지고기 조림(가쿠니)과 으깬 감자가...!

얘가 꽤 감동적으로 맛있었다. 으깬 감자에 적당히 양념이 스며들어 어렸을 때 처음으로 병에 든 이유식 떠먹던 것 같은 그런 보드랍고도 설명하기 어려운 맛이 났달까(동행은 이유식 맛이라는 데에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 그 외에 가리비와 감자를 식초로 조리한 것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해서 배가 부를 때쯤, 료칸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밥과 국이 나왔다. 여기는 아카다시가 아니라 투명한 스이모노, 시원하고 좋았는데 무엇보다 짜게 느껴지지 않는 깔끔한 채소절임이 마음에 들었다. 디저트인 서양배와 레몬 젤리도 깔끔해서 입가심으로 괜찮았고. 사실 양이나 질, 재료 면에서 예전에 갔던 아코의 요리 료칸에 비해 아쉽기는 하지만, 한두 가지가 특징적으로 맛있었던 덕분에 대체로는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다음 날 아침식사도 그냥저냥 마치고 비와호 주변 드라이브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갈 곳이 많지 않은 시가현이었다. 호숫가 레저는 생각보다 가격이 비싼 데다 내가 그렇게 아웃도어한 사람이 아니라서 썩 내키지 않았고, 호수 전망 카페를 찾아 한 시간씩 차를 모는 것도 조금 망설여져서 일단 오쓰 시내의 번화가인 제제로. 여기에는 아직도 세이부 백화점과 파르코가 나란히 서 있는데, 서점에서 시가현 관광책자와 맛집 책자를 대충 훑어봐도 딱히 눈에 띄는 곳이 없는 데다 감기도 심해져서 다 포기하고 동네 및 호숫가를 산책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게 꽤 좋은 선택이어서, 교토나 오사카 혹은 우리가 아는 베드타운 주택가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넓고 느긋한 시내 분위기도 만끽하고(나에게는 이제 딱히 갈 이유가 없어진 도쿄의 도요스 라라포트 주변을 연상시키는 곳이었다), 나름의 백사장도 거닐면서 널따란 호수와 건너편의 아직도 눈덮인 산꼭대기를 구경하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즐거웠다. 그러다 발견한 독일 레스토랑. 아, 여기 가이드북에 나와 있었어! 이런 외침과 함께 바로 들어갔지만, 휴일인 이 곳의 대기시간은 약 한 시간. 그래도 굳이 먹으러 다시 올 것 같지 않아서 공원 산책을 하며 기다리다 입장했는데, 여기도 성공이었다... 운전을 해야 하는 동행은 돼지고기를 요리한 메인 런치를 먹고, 맥주를 마실 나는 소시지 플레이트로. 독일에서 맥주 맛을 본 뒤로 일본에서도 독일식 요리집을 보면 곧잘 기웃거리는데, 긴자의 오래된 가게와 여기 정도가 지금까지는 가장 괜찮았다. 이 동네 살 만 하겠다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할 즈음, 교토로. 내가 사는 산조와 오쓰는 생각보다 가까워서 차로는 약 삼십 분쯤 걸린다. 이제 학교에 나갈 필요도 없이 가끔 교토에서 지도교수만 만나면 되니 집값도 아마 여기보다 월등히 저렴한 제제로 이사할까를 약 오 분 가량 진지하게 검토했지만, 온천 요양 핑계로 여기저기 다니다 오히려 더 심해진 감기로 괴로워 하며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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