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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모치 아사미, 물의 미궁

 
번잡한 토쿄에서 육박칠일쯤 쉬고 왔다. 가보고 싶은 곳이 없어서 처음에 전전긍긍하기는 했지만 결국 여기저기 어슬렁거린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쓰기로 하고, 이동하면서 읽은 이시모치 아사미의 『물의 미궁』. 예전에 같은 작가의 『달의 문』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사실 미스테리적인(?) 즐거움보다는 사건을 둘러싼 주변인물들의 약간 현실에서 벗어나있는 열정이나 좌절이 마음을 더 크게 움직이는 소설인 듯 하다. 세 명의 남녀가 경찰에 억류되어 있는 자신들의 '스승님'을 데리고오라고 요구하기 위해 승객이 이백 명이 넘는 여객기를 하이잭하지만 거기에서 승객 한 사람이 살해 당하면서 하이잭과 밀실살인이 동시에 진행되는 소설 『달의 문』은, 사실 수수께끼 풀이는 오히려 다소 싱거운 편이었다면 마지막에 그 하이잭의 안타깝기도 한 결말이 더 오래 마음에 남았던 기억이 있다.

『물의 미궁』은 수족관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인데, 초반에 카타야마라는 사람이 밤에 혼자 남아서 일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죽고 난 삼 년 후에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된다. 등장인물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쇠퇴해있던 수족관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다시 살려내고 그 수족관에 대한 열정과 애정으로 가득한 직원들, 그리고 죽은 카타야마에게 인사하러 온 전기회사 직원 후카자와이다. 수족관장 앞으로 갑자기 정체불명의 휴대폰이 전해지고, 그 휴대폰을 통해 누군가가 수족관에 차례차례 공격을 가하면서 백만엔을 요구함으로써 사건이 시작되는데, 수족관의 피해는 경미한 것이었고 직원들이 잘 막아내는 중에 갑자기 직원 한 사람이 원인불명의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사건은 본격화한다. 외부인으로서 관찰을 하던 후카자와가 일종의 탐정 역할을 하면서 사건을 풀이해내는 한편 직원들은 자신들 중에 범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짐작하면서도 서로 논의를 계속해간다.

원래 이 작가는 고정탐정을 등장시키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신출귀몰한 탐정들이 등장하는 소설들에 비하자면 추리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느슨한 진행인 반면 일종의 탐정기능을 하는 인물이나 다른 중심인물들을 설득력 있게 형상화하는 데 더 큰 힘을 기울이고 있는 듯 하다. 촛점화자이자 후카자와의 절친한 벗이기도 한 코가가 독자보다 더 눈치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의외로 많은 등장인물들에도 불구하고 독자가 사건뿐만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인물들의 세계에서도 어느 정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겠다. 하지만 사건 자체는 규모가 크지도 않고 의외로 다소 허무하게 종결되기 때문에, 긴박함이나 몰입도면에서는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적겠다-실제로 이 책의 원 주인도 이 책이 다소 시시하다고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사실 수족관에 대한 너무나 큰 애정 때문에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모든 사건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현실감 있게 받아들이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서술은 작은 하나하나의 일화에 대해서도 코가의 입장에서 감정을 크게 흔드는 것으로 서술하고 있지만, 전반부의 경우 대개 좀 과장된 표현이라 생각하며 읽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카자와가 사건을 재구성해보이는 시점까지 나는 진상을 파악하지는 못했는데, 그래도 논리가 어딘지 억지스러워서 가장 수상쩍다고 여긴 인물이 사건의 중심이 되는 반동인물이기는 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만족을 느꼈다(나는 썩 현명하지 못한 독자이면서도 늘 '독자에 대한 도전장'을 의식하는 버릇이 있다). 비극을 만들어가는 인물들의 순수성이나 열정을 얼마나 리얼하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호오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나는 마지막에 코끝이 찡한 감동까지 어느 정도는 느끼면서 좀 많이 순진할지도 모르는 이 이야기를 좋게 받아들였다. 여전히 나에게는, 추리소설은 인간의 이야기이다.

by loki | 2008/06/30 00:12 | 편중된 독서취향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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